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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Box 2008. 1. 21. 10:21 by solstyle
한국 인터넷, 혁신의 불길이 타오를 것인가?
류한석 (IT 컬럼니스트) ( ZDNet Korea )   2008/01/21
2007년 한국은 인터넷 분야에 있어서 꽤나 지루하고도 우울한 한 해였다. 새로운 서비스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참신한 도전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인터넷 규모에 비해 그 수가 아주 적었다. 너무나도 신규 서비스들이 나오지 않은 나머지, 소위 미투서비스라고 하는 카피서비스들조차 소중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지난 한 해 동안 네이버, 다음, 네이트(싸이월드)의 소위 빅3를 중심으로 한 포탈 중심의 인터넷 경제는 더욱 강화되었으며,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들은 편안하지만 폐쇄적인 포털의 품 안에서 인터넷 생활을 즐겼다. 한국의 인터넷 빅3가 잘 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이것은 언제나 논쟁거리이다), 어쨌든 그 결과로서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제 한국에서 성공하는 인터넷 벤처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지경이 되었다. 한국의 제조업, 유통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대기업 중심의 지극히 한국적인 증상이 인터넷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많은 벤처가 등장해야 기존 기업과 벤처들간에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거나 또는 협업을 하고, 그 결과로서 건실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벤처가 지극히 적고 그에 따라 경쟁이랄 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그 누가 새로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주목할 만한 성장세 보인 곳은 고작 '티스토리' 정도
도전자가 너무 없다. 그러다 보니 2007년에 고성장한 인터넷 서비스는 거의 전무한 실정인데,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서비스로는 티스토리(www.tistory.com)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작년 12월 마지막 주의 방문자수에 있어, 티스토리는 네이버 방문자수의 1/5 정도를 달성했다(100HOT 기준).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무려 3만 %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탁월한 성장세 또는 탁월한 비즈니스적 가치를 증명한 서비스들을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물론 잠재 가치가 있는 서비스들은 있다), 티스토리의 선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에서 블로그 산업에 회의적이었던 시각을 불식시켰다. 2003년에 블로그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이후로 오랫동안 한국은 포탈을 중심으로 한 펌질, 라이트유저 중심의 소위 ‘한국형 블로그’가 대세였다. 해외와 같이 블로그 기반의 미디어, 광고, 커머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지 못한 채, 포탈의 수익에만 기여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독립적인 블로그 서비스 및 블로그 산업은 한국에서 힘들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티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전문 콘텐츠, 프로페셔널 블로거의 등장은 한국에서 블로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었으며 근래 들어 눈에 띄는 블로그 기반의 비즈니스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는 상태이다.

둘째, 포털의 힘이 막강한 한국에서도 단일 아이템의 독립형 서비스로서 단시일 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는 서비스가 출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물론 티스토리는 다음과 TNC가 공동으로 만들었으므로, 포탈이 개입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반감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음은 서버 지원을 하다가 나중에 티스토리를 인수했을 뿐이므로, 티스토리의 성장에 있어 다음의 브랜드 및 지원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티스토리가 한국의 전체 인터넷 사이트에서 15위 정도의 순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비록 신규서비스들의 등장이 적고 성공사례를 만들기가 무척 힘들지만, 그래도 파괴적 있는 서비스라면 한국 인터넷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여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2008년의 인터넷 전망은?
2008년 전세계 및 한국의 인터넷 전망은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웹 플랫폼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웹 플랫폼은 기존의 운영체제,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크로스 플랫폼의 성격을 가지며 유기적, 분산적, 사회적 특성을 가진다. Amazon의 AWS(Amazon Web Services), Google의 OpenSocial, Microsoft의 Live, Facebook의 F8 등과 같은 플랫폼들은 현재 각각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표준이 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러한 현상은 과거 데스크톱 PC에서 Microsoft가 Windows API를 사실상의 산업표준 플랫폼으로 만들어 상당한 이익을 얻었던 것과 흡사한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웹 플랫폼을 장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응용 서비스들을 통해 실질적인 웹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무척이나 거창하고도 중요한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언제나 기반기술은 없이 응용서비스만 내세우는 형편인데, 이제는 응용서비스에 있어서도 추락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둘째, 포탈 및 검색엔진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2008년 북미 시장에서는 Microsoft가 Live 서비스를 통해 Google에게 본격적으로 대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는 너무 덩치가 커져서 순발력이 떨어진 Microsoft가 불리하게 보이지만, 과거 많은 분야에서 초라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대역전승의 전력을 갖고 있는 Microsoft를 무시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할만한 서비스는 역시 Facebook이다. 인터넷은 결국 컨텐츠와 사람이라는 자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Google이 검색을 통해 인터넷에서 콘텐츠 자원을 장악했다면, Facebook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 자원을 장악하려고 한다.

Facebook의 이상은 과연 실현될 것인가? 인간과 그의 사회적 관계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다. Facebook은 (분야는 다르지만 그 파괴력으로 볼 때) 새로운 Google이며, Facebook의 이상은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그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든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경우 대형 포탈 중심의 빅3 체계가 아직까지 상당히 견고하다. 작은 고기들이 다 죽어버린 현 상황에서 대단히 파괴적인 도전자들이 나오기는 몹시 힘든 상황이다. 그러므로 빅3는 대단히 발전하지 않아도 현재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것이 바로 혁신이 중단되는 이유이고 독과점의 폐해다).

2007년초 한국에서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면서 상당한 기대를 받았던 Google은 그간 주목할만한 행보가 없었으며, 2008년에도 딱히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08년에는 네이버의 통합검색 강화, 네이버와 다음의 경쟁, 네이트(싸이월드)의 수성 여부가 관심일 뿐 주요 플레이어들에 있어서 대단한 이슈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신규서비스 및 벤처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북미 시장의 경우 전체 사이트 순위 톱 30위 내에 2003년 이후 등장한 신규서비스가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혁신이 활발한 상황인 반면에, 한국의 경우 딱 두 개, 즉 판도라TV와 티스토리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신규서비스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장한 서비스들도 주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에 따라 벤처캐피털들은 투자할 업체를 찾는데 있어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신규 인터넷서비스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리트머스2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에, 이와 관련된 현실을 직접 몸으로 절절하게 체감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TNC, 올블로그, 미투데이 등을 포함하여 대학생 벤처로서 막 시작한 루키, 스토리베리, ON20, 티워와 같은 업체(서비스)들은 인터넷 벤처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에서는 희귀하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물론 사업이란 성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사업적 성공을 달성하지 못한 벤처에게는 연민조차 느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희망은 있다. 티스토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터넷 산업에 차츰 빈틈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포털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인터넷기업, 이동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에 대한 논의가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한국에서도 점차 인수합병 사례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업체들이 무척 부족하기 때문에 몸값이 상승하는 현상도 벌어질 것이다.

2008년 한국 인터넷 시장은 2007년에 비해 조금은 더 다이나믹하고 조금은 더 즐거워 질 것으로 판단된다(지금까지 너무 지루했지 않은가?). 혁신이 중단된 세월만큼 빈틈이 생겼고 그것을 발견하고 도전하는 업체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사례가 나온다면 도전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2008년에 우리는 그런 상황을 목격할 수 있을까? 미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도전하고 만들 수는 있다. 도전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도전을 하고 있는 업체들의 미래에 행운을 기원한다. 그들이야말로 한국 인터넷 산업의 소중한 희망의 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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